'아이콘택트' 대한민국 전통 장례 명장 유재철, 마지막 순간을 맡기고 싶은 사람은 - 2020. 10. 14
채널A의 신개념 침묵 예능 ‘아이콘택트’에 27년째 장의사로 일하고 있는 대한민국 전통 장례 명장 유재철이 출연, 평소 외면하고 살기 쉬운 ‘죽음’에 대해 “언제든지 찾아올 수 있는 손님 같은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10월 14일(수) 방송될 채널A ‘아이콘택트’에는 ‘대통령의 염장이’로 불리는 장의사 유재철이 눈맞춤 신청자로 등장한다. 그는 2006년 최규하 전(前) 대통령을 시작으로 노무현, 김영삼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고인이 된 전직 대통령들의 시신을 염습했다. 또 김대중 대통령이 별세했을 때에는 장례 명장으로서 국장(國葬)을 총괄 진행했다. ‘염’이란 시신을 씻겨서 수의를 입히고 입관시키기까지의 과정으로, 이 때문에 장의사는 ‘이 세상 마지막 목욕을 시키는 사람’으로 불린다.
지금까지 약 3000명 이상의 죽음을 함께했다는 유재철 장의사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례’로 2010년 법정 스님의 장례식을 꼽으며 “염을 하려고 들어갔는데, 가사를 덮고 계신 모습이 너무 편안해서 마치 흔들어 깨우면 일어나실 것 같았다”라고 돌아봤답니다.
수많은 죽음을 접한 유재철 장의사는 “죽음이란 누구에게나 당장 오늘 올 수도 있는 손님 같은 것”이라며 “전혀 예상치 못한 상태에서 죽음을 맞는 사람들도 있는데, 미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저 역시 마지막 순간을 어떻게 할지에 대해 미리 정리해 놓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다”라며 “내 마지막을 이 사람에게 부탁해 놓으면 걱정이 없을 것 같아서 초대했다”고 이날의 눈맞춤 상대에 대해 설명했다.
유재철 염장이 “명당 기운 받는 것보다 후회 없이 사는 지금이 더 중요” - 2024. 3. 15
2월22일 개봉한 영화 《파묘》가 누적 관객 800만 명을 돌파했다. 1000만 관객 돌파는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많을 정도로 압도적인 흥행을 보여주고 있다. 영화 《파묘》는 무당과 법사가 나오는 한국의 무속신앙과 풍수사, 장례지도사 등 토속적인 요소들이 한데 묶여 제작돼 관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영화는 이들이 한 부잣집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고 '수상한 묘'를 이장하는 도중 생기는 기이한 사건을 담아냈다. 전반부에서는 전형적인 '오컬트'(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초자연적 현상) 미스터리가 펼쳐지다가, 후반부에서는 한반도 역사와 얽힌 이야기가 나온답니다.
고인의 유해가 있던 무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을 '파묘'라고 한다. 시체를 '염습'(시신을 목욕시킨 후 옷가지와 이불 등으로 감싸는 일)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염장이'다. 영화 속 주인공 중 한 명인 장례지도사 '고영근'(배우 유해진)의 실제 모티브가 된 인물이 유재철씨다. 올해로 30년을 맞은 유씨. 고(故) 최규하,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노태우, 전두환 등 전 대통령들의 마지막 배웅을 책임진 대한민국 대표 '대통령 염장이'랍니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 대통령 '배웅'
3월11일 오후 3시쯤 시사저널 용산 스튜디오에서 만난 '염장이' 유재철씨는 영화 《파묘》 장재현 감독을 만나게 된 계기부터 영화 속 화제를 모은 에피소드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줬다. 4~5년 전, 유씨는 장 감독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평소 좋아하던 배우 유해진씨가 영화에서 자신(장례지도사)의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흔쾌히 승낙했다. 장 감독은 유씨의 일터를 자주 찾아 장례를 치르는 과정과 산소일 등을 직접 체험하고 배웠다. 영화를 향한 장 감독의 적극적인 모습에 유씨는 많이 놀랐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지만, 장 감독과 배우 김고은, 유해진 등은 기독교와 천주교 교인임에도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뛰어난 연출과 신들린 연기를 선보여 많이 놀랐다는 후일담도 전했답니다.
해당 영화 속에서 묘를 파는 모습을 보면, 가족과 일꾼들이 파묘 전 "파묘요"를 크게 외친 후 무덤을 파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먼저 "파묘요"를 세 번 외치며 상주가 삽으로 산소를 두드린 후, 동서남북으로 한 삽씩 떠서 떼어놓는다. 이후 일꾼들이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파묘요"를 외치는 이유를 묻자 유씨는 "산소에 할아버지든, 할머니께서 계시니 놀라지 마시라는 뜻으로 외치는 것"이라며 "망자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배경을 설명했답니다.
화제가 된 장면이 있다. 파묘 후 풍수사 '상덕'(배우 최민식)이 묫자리에 100원짜리 동전을 던지는 모습이 관객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파묘 후 왜 동전을 던지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유씨는 "묘지를 잘 썼으니 (산신에게) 드리는 일종의 사용료"라고 대답했다. 이어 유씨는 "원래는 10원짜리 3개를 던진다. 장 감독이 실제로 파묘하는 현장을 찾아왔을 때 10원짜리 동전 3개를 던지는 모습을 봤던 것 같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10원짜리가 땅의 '흙색'과 비슷한 까닭에 표시가 안 나 100원짜리로 바꿔 던진 걸로 알고 있는 상황이다"고 덧붙였답니다.
영화 《파묘》에서는 땅속에 또 다른 관이 묻혀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스토리가 극적으로 전개된다. 첩장은 한 묫자리에 여러 개의 관이 중첩돼 묻히는 것을 말한다. 유씨는 실제로 파묘 현장에서 첩장을 발견하는 경우가 드물지만 종종 있다고 전했다. 큰돈을 번 재벌집이나, 유명인 등의 묫자리 옆에 간혹 첩장이 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명당 기운을 받고자 다른 사람 묘에 자신의 조상을 모신다는 발상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유씨는 "3년 전쯤 국내 10대 재벌집 의뢰를 받고, 집안의 할머니 산소를 팠다. 3~4m 폭으로 2m 정도 깊게 파니 옆 흙이 쓰러지면서 다른 관이 딱 나왔는데 깜짝 놀랐다. 누군가 명당 기운을 받으려고 할머니 관 인근에 묻은 것 같은 것이다"고 당시를 회상했답니다.